2018.09.07 11:20:00 이현우 기자
아쉬운 실책·피안타에 운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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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LB.com] 류현진

[사진=MLB.com] 류현진

 

류현진은 6일 뉴욕 메츠전에서 6이닝 11피안타 5실점(3자책) 무볼넷 8탈삼진을 기록했다. 

 

표면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11피안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마치 메츠 타선에게 난타라도 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류현진이 허용한 타구의 속도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날 류현진이 허용한 타구의 평균 속도는 76.2마일(122.6km/h)로 MLB 평균인 87.7마일(141.1km/h)을 크게 밑돌았다. 

 

심지어 이날 피안타 11개 중 6개는 타구 속도가 채 75마일(120.7km/h)도 되지 않았다. 올 시즌 MLB에서 90마일 이하 타구의 타율은 .198이다. 즉, 원래대로라면 80.2%의 확률로 아웃이 되었어야 할 타구 6개가 안타로 둔갑한 것이다. 이는 류현진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6일 류현진이 겪은 불운은 사실 상당 부분 다저스의 수비에서 기인한다.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만든 류현진의 5실점

 

[자료 화면=엠스플뉴스] 4회초 그랜달의 실책 [자료 화면=엠스플뉴스] 4회초 그랜달의 실책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수비 장면은 4회초에 있었다. 4회초 1아웃 1·3루 상황에서 다저스의 좌익수 작 피더슨은 마이클 콘포토가 친 뜬공을 잡아 재빨리 홈으로 송구했다. 피더슨의 송구는 3루에서 태그-업한 주자인 제프 맥네일보다 먼저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의 미트에 도달했다.

 

하지만 맥네일을 태그하는 과정에서 그랜달의 미트에서 공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공이 도달한 시점부터 태그할 때까지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두 손 태그를 하지 않은 그랜달의 잘못이 컸다. 영상을 보면 주자에게 닿기 전에 이미 미트에서 공이 반쯤 빠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닝이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끝내지 못한 대가는 다음 타석에서 오스틴 잭슨에게 적시타(타구속도 65.1마일)를 허용하는 것으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두 실점은 모두 비자책점으로 처리가 됐지만, 안 내줘도 될 점수를 내주면서 이후 경기가 어렵게 흘러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료 화면=엠스플뉴스] 5회초 버두고의 실책성 플레이 [자료 화면=엠스플뉴스] 5회초 버두고의 실책성 플레이

 

이런 다저스의 실책성 플레이는 5회에도 이어졌다. 5회초 1사 1, 3루 상황에서 아메드 로사리오가 친 우익수 방면 타구는 69.4마일(111.7km/h)에 불과했고, 방향 역시 정상적이라면 거의 우익수 정면이었어야 했다.

 

하지만 수비 위치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던 버두고의 타구 판단이 늦는 바람에 그대로 안타가 됐다. 2아웃 이후에는 윌머 플로레스가 친 타구가 유격수 키케 에르난데스를 살짝 넘겨 떨어지는 불운도 있었다.

 

이날 4회부터 5회까지 류현진이 허용한 실점 5점 가운데 4점은 이런 식으로 실책 또는 실책성 플레이 상황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6이닝 3자책점으로 버티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것은 류현진이 얼마나 노련한 투수인지를 말해준다.

 

류현진 "전체적으로 안 되는 날이었다. 빨리 잊어버릴 생각이다"

 

[표] 6일 뉴욕 메츠전에서 류현진이 허용한 피안타의 타구속도 및 발사각도. 11개의 피안타 가운데 6개는 타구속도가 73.3마일을 넘지 않는 빗맞은 타구였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표] 6일 뉴욕 메츠전에서 류현진이 허용한 피안타의 타구속도 및 발사각도. 11개의 피안타 가운데 6개는 타구속도가 73.3마일을 넘지 않는 빗맞은 타구였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물론 이날 류현진의 실점이 전적으로 다저스 수비진의 탓이라는 것은 아니다. 4회부터 6회까지 류현진은 선두 타자를 안타로 출루시켰다. 4회(로사리오), 5회(플라웨키), 6회(콘포토) 세 선두타자에게 맞은 안타는 모두 94마일(151.3km/h)를 넘는 강한 타구였다.

 

애초에 류현진이 그들을 출루시키지 않았더라면 실책 또는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더라도 실점할 상황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류현진 역시 "3회까지 제구가 좋았는데 4회부터 조금씩 안 좋은 코스로 간 것이 장타로 연결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류현진이 이날 경기에서 수비로 인해 손해를 본 만큼, 올 시즌 수비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지 않는 이상 투수는 야수의 도움을 받아 아웃카운트를 쌓는다. 

 

그러다 보면 어떤 날에는 호수비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다른 날에는 실책에 무너지기도 한다. 한 경기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야구는 '운'에 많은 영향을 받는 종목이다. 한 경기 일희일비하다 보면 선수도, 팬도 한 시즌을 온전히 버티지 못한다. 안 좋은 경기는 빨리 잊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류현진의 경기 후 인터뷰는 모범 답안에 가깝다.

 

경기가 끝난 후 류현진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야수들이 그런 플레이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그쪽으로 공을 보내지 않았으면 그런 상황도 안 일어났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안 되는 날이었다. 빨리 잊어버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 이현우 기자 -

 

첨부자료: 그랜달 실책, 버두고 실책성 플레이, 류현진 피안타 타구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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