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3 11:20:00 최승표
[일구이언 31] "무슨 공을 어디에 던질지만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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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공을 어디에 던질지만 떠올린다."

 

[사진=MLB.com] 제이콥 디그롬 [사진=MLB.com] 제이콥 디그롬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즌 막판 순위 싸움만큼이나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 선수의 불운 레이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벌어진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도 삼진을 9개나 잡으면서 7이닝 2실점의 호투를 했지만 늘 그렇듯(^^) 팀타선의 침묵으로 또다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올시즌 8승 9패.

 

26경기 연속 3실점 이하 투구라는 경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은 1.71. 과연 디그롬이 최초의 10승 미만 사이영상 투수가 될 것인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뉴욕 메츠의 미키 켈러웨이 감독은 "피칭은 상대의 득점을 막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평균자책점이 낮은 디그롬의 사이영상 수상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좀처럼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디그롬이지만 작년 5월 31일 밀워키와의 경기에서는 안타를 8개나 허용하며 7실점을 하고 4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적이 있다. 이어진 6월 6일 텍사스와의 경기에서도 또다시 4이닝 10안타 8실점의 난타 허용.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처참한 결과였지만 디그롬 선수는 이 두 경기가 자신이 한차원 높은 투수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터닝포인트였다고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영상=MLB Tonight(5분22초)] 자신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 말하는 제이콥 디그롬 선수의 인터뷰 [영상=MLB Tonight(5분22초)] 자신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 말하는 제이콥 디그롬 선수의 인터뷰

 

두 경기 대량실점의 과정에서 드러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디그롬은 경기의 템포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갔음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마운드를 내려와 심호흡도 하면서 마음을 추스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음 던질 공에 집중하기 보다는 지나간 것들을 자꾸 생각했다. 그리고 경기장 밖에서도 지나치게 많은 투구영상을 보며 스스로를 나무라곤 했다는 것을 자각했다. 한마디로 경기장 안팎에서 너무 많은 생각들로 자신을 둘러싼 것이다. 

 

[사진=MLB.com] 제이콥 디그롬 [사진=MLB.com] 제이콥 디그롬

 

그래서 디그롬이 내린 결론은 바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만 컨트롤하기'였다. 투수인 디그롬에게 그것은 '무슨 공을 어디로 던질지' 선택하고 그대로 던지는 것 뿐이었다. 그것 외에 나머지는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나간 일은 컨트롤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던진 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도 온전히 투수의 몫은 아니다. 야구에서는 '좋은 피칭=좋은 결과'가 늘 성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바가지 안타가 연거푸 나오면서 힘을 빠지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내기도 하는게 야구다. 

 

[사진=MLB.com] 제이콥 디그롬 [사진=MLB.com] 제이콥 디그롬

 

그리고 투수가 늘 완벽한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디그롬은 그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 관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다. '컨트롤할 수 있는 것만 컨트롤하자'는 마인드로 접근한다. 디그롬은 비록 메카닉이 별로라고 느껴지는 날이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사용하려 한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생각들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다.  

 

아래는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 선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머릿속에서 진행하는 자신만의 짧은 루틴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다. 

 

[영상 출처=driveline baseball] 자막 최승표 [영상 출처=driveline baseball] 자막 최승표

 

영상 속에서 커쇼는 공을 던질 목표지점을 마음 속에 그린다는 말을 하며 'in the back of your mind'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저 표현을 캠브리지 영어사전으로 검색하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you intend to do it, but are not actively thinking about it."

 

'의도는 있지만 실제로 생각은 하지 않는 상태'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커쇼 선수의 저 표현을 통해 그가 공을 던질 때 어떤 마음상태일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사진=MLB.com] 클레이튼 커쇼 [사진=MLB.com] 클레이튼 커쇼

 

목표지점을 눈에 담고 그곳으로 공을 강하게 던진다는 의도를 낸다.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다른 어떤 생각도 투구동작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 타자를 꼭 잡아야 한다든지, 점수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등을 허용하지 않는다. 투수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공을 어디로 던질지 선택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그냥 던지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들은 야구의 달인이면서 또한 삶의 달인들이다. 그들은 삶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과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구분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해나간다.

 

* 최승표님의 코치라운드 (링크) 클릭! 

 

- 최승표 -

전체 댓글 2

0 / 600
  • 곰돌이 11505호 2018.09.13 11:28

    난 40중반에서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고 아직도 그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이제 서른정도의 나이에 체득하고 있다니 저들이야말로 삶의 달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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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돌이 16035호 2018.09.13 17:03

    디그롬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불운한 투수 중 1명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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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돌이 11505호 2018.09.13 11:28

    난 40중반에서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고 아직도 그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이제 서른정도의 나이에 체득하고 있다니 저들이야말로 삶의 달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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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돌이 16035호 2018.09.13 17:03

    디그롬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불운한 투수 중 1명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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