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9 13:10:00 최승표
[일구이언 26]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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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

 

후반 27분에 카리우스 골키퍼가 교체선수로 경기장에 들어오자 안필드의 리버풀 홈팬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로 그를 맞았다.

 

아쉽게 패한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카리우스는 결정적인 실수 두 번으로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무대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경험이기에 카리우스 선수가 받았을 상처는 참으로 컸을 것이다.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카리우스 선수가 팬들의 격려와 위로를 받으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경기 중에 그를 투입했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 한 골키퍼를 바꾸는 것은 흔한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클롭 감독이 카리우스 선수를 위해 준비한 각별한 이벤트였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여 있는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뛰어 들어가는 카리우스의 모습과 기립박수로 그를 환영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어우러지며 경기장은 일순간 거대한 치유의 장으로 바뀌었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의 인터뷰에서 이런 장면이 비단 카리우스 선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카리우스를 향한 가슴뭉클한 응원의 박수를 보며 나는 야구장에서 일어난 비슷한 두 개의 장면을 떠올렸다. 하나는 지난 5월 오클랜드의 스티븐 피스코티 선수가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이다.

 

[영상=Baseball King(51초)] [영상=Baseball King(51초)]

 

그날은 피스코티 선수가 알츠하이머로 투병을 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전소속팀인 세인트루이스에 트레이드를 요청할 정도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음을 알고 있기에 그가 다시 타석에 섰을 때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그의 삶을 응원해 주었다. 상대팀인 휴스턴의 선수들도 박수를 보내며 피스코티 선수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또 하나는 2008년 빌 버크너가 펜웨이파크에 등장하던 순간이다. 1986년 뉴욕 메츠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알까기' 에러를 해서 보스턴 팬들의 원성을 샀던 이가 바로 빌 버크너다. 그 장면은 '밤비노의 저주'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각인되어 두고두고 보스턴팬들을 괴롭혔다. 물론 가장 상처받았을 이는 바로 빌 버크너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펜웨이파크의 그린몬스터 사이에서 등장하자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환영했다. 빌 버크너는 마운드로 걸어 들어오며 눈물을 흘렸다. 버크너는 시구를 하고는 주먹을 살짝 쥐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마치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치열한 승부의 현장에서 그순간 만큼은 우리 모두가 실수 투성이이며 희노애락을 공유하는 같은 인간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경기장에서 퍼져나간 박수소리는 카리우스, 피스코티, 빌 버크너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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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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