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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4 13:20:00 이창섭
켈리 부자가 맞은 운명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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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LB.com]

[사진=MLB.com]

 

야구장은 전쟁터다. 야구가 인기를 얻으면서 엔터테인먼트 측면이 강해졌지만, 과거의 야구는 생존을 위한 전쟁이었다. 위협구가 숱하게 날아오고, 강력한 슬라이딩을 서슴지 않았던 이유다.

 

전쟁터에서 만나는 상대가 반가울 리 없었다. 양키스와 보스턴,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지금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부드러운 사이가 됐다.

 

[사진=MLB.com] [사진=MLB.com]

 

그런데 아무리 적이라도 미워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지난주 토요일 신시내티와 샌프란시스코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당초 선발 데릭 로드리게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이에 브루스 보치 감독은 선발 경험이 있는 케이시 켈리를 대체 선발로 예고했다. 2016년 5월 23일 이후 약 2년만에 이루어진 선발 등판이었다.

 

경기 당일, 켈리는 시작에 앞서 몸을 풀었다. 이 모습을 상기된 표정으로 지켜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아군이 아니었다. 신시내티 덕아웃에 있는 적군이었다. 켈리와 눈을 마주치며 거수경례까지 나눈 그는 신시내티 벤치코치였다. 이름은 팻 켈리, 케이시 켈리의 아버지였다.

 

[사진=MLB.com] [사진=MLB.com]

 

이 날 메이저리그는 화젯 거리가 넘쳤다. 클리블랜드 호세 라미레스가 메이저리그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섰으며, 맥스 슈어저는 시즌 16승을 올렸다. 애런 놀라와 노아 신더가드가 맞붙은 경기가 있었고, 애틀랜타 야수 찰리 컬버슨은 강속구를 던져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부자지간이 적으로 맞붙은 신시내티와 샌프란시스코 경기에서 일어났다. 가족들은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으로 구장을 방문했다. 팻 켈리는 이를 두고 "날 보러 온 게 아니다"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팻 켈리가 생각한 최고의 시나리오는 아들은 6이닝 무실점, 팀은 샌프란시스코 불펜을 무너뜨려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이틀 전 불펜으로 올라와 20구를 던진 케이시 켈리는 4.1이닝 동안 안타를 무려 9개나 맞았다. 점수는 한 점밖에 주지 않았지만, 이미 73구를 던져 더 마운드를 지키기 힘들었다. 오랜만에 가진 선발 등판을 4.1이닝 1실점으로 마감. 경기도 연장 11회 말 끝내기 홈런을 친 신시내티가 승리했다.

 

[사진=MLB.com] [사진=MLB.com]

 

이후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신시내티 타자들은 팻 켈리에게 케이시 켈리 스카우팅 리포트를 요청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차마 아들의 정보를 넘길 수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키가 175cm에 사이드암 너클볼러일세"라며 농담으로 대응했다(케이시 켈리 실제 키는 190cm). 그러나 아들은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 케이시 켈리는 "안타를 9개나 내줬습니다. 분명 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을거에요"라고 의심했다

 

Emotion Icon 케이시 2018 구종 비율

[기록=베이스볼 서번트] [기록=베이스볼 서번트]

 

전장에서 적으로 만난 아버지와 아들. 비록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지만, 부자지간은 평생 간직할 수 있는 따뜻한 추억을 남겼다.

 

- 이창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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